제목 목숨 깎아 어디에 쓰시려고?_구상렬
작성자 미친독서가
작성일자 2012-12-05

목숨 깎아 어디에 쓰시려고?

구상렬

 

우리는

때맞추어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잊고 삽니다.

흘라가는 한 조각 구름의 무심함도

바라볼 여유가 없지요

어김없이 해 뜨고 지는 기적은

더더욱 알 리가 없습니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으면

허물이 적을 것을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사귀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을



행상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지 마십시오

가능하면 부르는 그대로 주십시오.

목숨 깎아 어디에 쓰시려고



공짜로 받으면 귀한 줄 모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 가장

귀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맑은 공기, 따스한 햇살, 하얀 눈, 사랑하는 사람들

헤아려 보는 나 자신까지도 모두 공짜로 받은 것입니다.

사랑하시면 따뜻해지는 계절입니다.



개울이 있고 밭이 있고 산이 있는 저런 곳에서

아담하게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모두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꼭 단서가 붙지요

퇴직 후 늙거든

그 남아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요?



떠나는 사람에게 많은 소유는 짐이지만,

머무르려는 사람은 더 많은 소유를 꿈꿉니다.

무언인가를 소유하려는 마음이

한 곳에 머물게 합니다.



오만한 비행을 즐기지만

새들도 난다는 사실은 잊고 삽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은 정복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알지 못합니다.

행복이란 도달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스스로 가꾸는 지혜인 것을

태어나 살고 죽는 소중한 뜻을 깨닫기 위해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십시오

때가 이르기 전에

먹고 사는 분주함에서

한 발짝 비켜서보시기를

단 한번이라도

자신이 아닌 것을 위해 기도하시기를.



산 깊고 해는 긴데 자취 고요하여

향기만 살고 있습니다.

향긋한 차 한 잔 마시는 사이에

인생이 흘러가버렸습니다.

사십구년의 세월이 흘러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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